볼보 EX90은 왜 XC90 PHEV보다 저렴 할까? 전기 플래그십의 가격표를 뜯어보면

 

볼보 EX90은 왜 XC90 PHEV보다 저렴 할까? 전기 플래그십의 가격표를 뜯어보면

자동차 가격표를 볼 때 흔히 갖는 예상이 있다. 같은 브랜드의 비슷한 체급이라면 순수 전기차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보다 비쌀 것이라는 생각이다.

대용량 배터리가 들어가고 새로운 전기차 플랫폼과 첨단 전자장비까지 탑재되니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자연스럽다.

그런데 볼보의 대형 전기 SUV EX90 국내 가격을 보면 흥미로운 장면이 나온다.

볼보자동차코리아가 공개한 국내 판매 기준으로 EX90 트윈모터 플러스 7인승의 시작 가격은 1억620만원이다. 비교 대상으로 볼 수 있는 XC90 T8 울트라의 공개 가격 1억1620만원보다 1000만원 낮다.

물론 두 차량은 파워트레인뿐 아니라 트림과 세부 장비가 다르기 때문에 가격 숫자 하나만 놓고 어느 차가 더 싸다고 단순 비교하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

그럼에도 흥미로운 질문은 남는다.

순수 전기 플래그십 SUV가 왜 같은 브랜드의 PHEV 대형 SUV보다 낮은 시작 가격을 제시할 수 있었을까?


EX90과 XC90은 닮았지만 출발점부터 다르다

EX90과 XC90은 모두 볼보의 대형 SUV이지만 단순히 엔진을 빼고 배터리를 넣은 관계는 아니다.

EX90은 차세대 전기차 플랫폼 SPA2를 기반으로 개발됐다. 처음부터 대용량 배터리를 차량 바닥에 배치하는 전기차 구조를 고려한 것이다.

이 차이는 실내에서도 의미가 있다.

전기차 전용 설계에서는 기존 내연기관 차량의 엔진과 변속기, 배기계통 등을 그대로 유지할 필요가 없다. 배터리를 바닥 쪽에 배치하고 전기모터를 이용하는 구조에 맞춰 차량 전체 패키징을 구성할 수 있다.

EX90이 6인승과 7인승 구성을 제공하면서 긴 휠베이스와 평평한 바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이러한 설계와 연결된다.

반면 XC90 T8은 엔진과 전기모터, 충전 가능한 배터리를 함께 사용하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다.

따라서 두 자동차의 가격을 비교할 때는 단순히 ‘전기차 대 하이브리드’로 보기보다 서로 다른 기술 구조를 가진 두 플래그십 SUV라고 보는 편이 정확하다.


1천만원 차이, 배터리 가격만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전기차 가격을 이야기하면 가장 먼저 배터리가 떠오른다.

EX90 국내 모델에는 106kWh NCM 배터리가 적용되고, 800V 시스템을 통해 최대 350kW급 DC 급속충전을 지원하는 것으로 공개됐다. 조건이 갖춰질 경우 배터리 잔량 10%에서 80%까지 약 22분이라는 충전 성능도 제시됐다.

상당한 규모의 배터리와 고전압 충전 시스템을 갖춘 셈이다.

그렇다면 이런 전기차가 PHEV보다 저렴하게 가격을 책정한 이유를 배터리 원가만 가지고 설명할 수 있을까?

그렇게 보기는 어렵다.

자동차의 국내 판매가격에는 제조원가 하나만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시장별 가격 전략과 트림 구성, 기본 장비, 판매 환경 등 여러 요소가 함께 작용한다.

특히 이번 비교에서는 EX90 트윈모터 플러스 7인승과 XC90 T8 울트라라는 서로 다른 트림이 등장한다는 점도 놓치면 안 된다.

EX90에도 상위 울트라 트림이 존재하며 여기에는 듀얼 챔버 에어 서스펜션, 대형 휠, 고급 오디오와 글라스 루프 등 추가 장비가 적용된다.

그래서 ‘전기차가 PHEV보다 무조건 1천만원 싸졌다’기보다 EX90의 국내 시작 가격이 XC90 T8의 해당 상위 트림보다 낮게 설정됐다고 이해하는 편이 정확하다.


EX90에서 더 눈여겨볼 것은 800V만이 아니다

EX90의 기술 사양을 보면 배터리와 출력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트윈모터 AWD부터 고성능 트윈모터 퍼포먼스까지 구성되고, 800V 배터리 시스템과 고출력 급속충전을 지원한다.

하지만 EX90의 방향을 보여주는 기술은 하나 더 있다.

바로 소프트웨어 중심의 차량 구조다.

EX90에는 볼보가 ‘휴긴코어(HuginCore)’라고 부르는 시스템이 적용됐다. 여러 센서에서 들어오는 정보를 중앙집중식 컴퓨팅 구조를 통해 처리하고 차량 기능을 소프트웨어와 연결하는 방식이다.

카메라와 레이더, 초음파 센서가 주변 정보를 수집하고, 차량 내부에서는 운전자와 탑승자 상태를 살피는 기능도 활용된다.

OTA(무선 업데이트)를 이용해 일부 차량 기능과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는 점도 기존 자동차와 다른 부분이다.

과거의 고급차가 엔진의 실린더 수나 가죽, 오디오와 같은 하드웨어로 고급스러움을 보여줬다면, 앞으로는 컴퓨팅 성능과 센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능력까지 차량 가치의 일부가 되는 변화를 보여주는 셈이다.


대형 전기 SUV의 경쟁은 결국 '가격 대 크기'일까?

EX90은 6인승과 7인승이라는 선택지를 갖는다. 6인승 모델은 2열 독립형 캡틴 시트를 활용해 대형 SUV 특유의 넉넉한 탑승 공간을 강조한다.

여기에 전기차 전용 플랫폼의 평평한 바닥과 긴 휠베이스가 결합된다.

하지만 대형 전기 SUV의 경쟁력을 단순히 “차가 크고 가격이 싸다”로 판단하기는 어렵다.

대용량 배터리를 탑재한 만큼 실제 주행환경에서의 효율과 충전 편의성도 중요하고, 큰 차체와 높은 차량 중량을 어떻게 제어하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국내에서 350kW급 충전 성능을 실제로 얼마나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는지는 충전기의 출력과 배터리 온도, 충전 상태 등 현실적인 조건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소프트웨어 역시 마찬가지다. 많은 기능이 들어 있다는 사실보다 실제 사용 과정에서 얼마나 안정적이고 편리하게 작동하는가가 더 중요하다.

결국 가격표는 경쟁의 시작이지 결론은 아니다.


EX90의 가격이 흥미로운 진짜 이유

EX90의 국내 가격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단순히 ‘1억원이 넘는 전기 SUV’라는 사실이 아니다.

같은 볼보 안에서 대형 SUV를 고르는 소비자가 이제 내연기관 기반 PHEV와 순수 전기차 사이에서 가격까지 함께 비교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전기차의 높은 가격을 먼저 감수하고 전동화를 선택하는 구도가 강했다면, 이제 일부 프리미엄 모델에서는 가격 차이가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다만 차량을 선택할 때는 출고가격 하나만 비교해서는 부족하다.

충전환경과 연간 주행거리, 공간 활용, 실제 옵션 구성, 보험과 세금, 향후 중고차 가치까지 고려하면 두 파워트레인의 경제성은 사람마다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EX90과 XC90 T8의 가격 차이는 어느 차가 무조건 더 이득이라는 답을 주기보다 프리미엄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의 가격 위치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보는 편이 더 흥미롭다.

마무리

볼보 EX90은 대형 전기 SUV라는 체급만으로도 눈길을 끌지만, 국내에서는 가격 구성이 또 하나의 관심거리가 됐다.

106kWh 배터리와 800V 시스템, 6·7인승 공간, 중앙집중식 컴퓨팅 구조를 갖춘 순수 전기 플래그십이 같은 브랜드의 XC90 PHEV와 가격표 위에서 직접 비교되는 시대가 된 것이다.

물론 시작 가격만으로 자동차의 가치를 판단할 수는 없다. 트림과 장비가 다르고 실제 유지비와 충전환경, 중고차 가치도 장기간 소유비용에 영향을 준다.

그럼에도 한 가지 변화는 분명히 읽을 수 있다.

프리미엄 전기차의 경쟁이 이제 ‘전기차니까 더 비싸다’는 공식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다는 것.

앞으로 대형 전기 SUV를 볼 때 배터리 용량과 주행거리뿐 아니라 “이 가격은 같은 브랜드의 다른 파워트레인과 비교해 어디에 놓여 있는가?”까지 살펴보면 자동차 가격표가 훨씬 재미있어진다.


FAQ

Q1. EX90이 XC90 T8보다 무조건 1천만원 저렴한가요?
그렇게 단순 비교하면 안 된다. 국내 공개 가격 기준 EX90 트윈모터 플러스 7인승의 시작 가격이 1억620만원, XC90 T8 울트라가 1억1620만원으로 1천만원 차이가 있지만 서로 트림과 장비 구성이 다르다. 동일한 조건의 일대일 비교로 해석하기보다는 각 모델의 가격 구성과 사양을 함께 보는 것이 좋다.


Q2. EX90은 800V라서 항상 350kW로 충전되나요?
아니다. 최대 350kW급 DC 급속충전을 지원하더라도 실제 충전 출력과 시간은 충전기 성능, 배터리 잔량과 온도, 외부 환경 등 여러 조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Q3. 대형 전기 SUV는 PHEV보다 유지비가 무조건 저렴한가요?
단정하기 어렵다. 에너지 비용뿐 아니라 보험, 세금, 타이어와 정비, 충전환경, 보유기간과 중고차 가치 등 여러 요소가 실제 소유비용에 영향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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